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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DLOW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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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48 < 2014 이스탄불 월드컵 답사기 3편 >
작성자 김호수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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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5-02-07 16: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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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52

35년 가까이 여기저기 해외출장을 다녔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 비행기 좌석을 통로쪽으로

선택하는 습관이 있다. 이는 창쪽에 앉을 경우 내가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마다 옆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미안한 이유가 크고, 어차피 비행기 타자마자 출장가서 할 일을 검토시작

하거나 아예 체력비축을 위해서 취침 모드에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창 밖을 내다 볼 일이라곤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 경우 비행기가 완전 만석이었는 데다가 원래 창가에 앉기를 원했던 동반자와 어찌

어찌하다보니 자리가 바뀌어 내가 창측에 앉게 되었다.

낮 시간에 떠나는 비행기라 이륙 후 잠도 안 오고 해서 문득 창 밖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런데 서해안 쪽으로 이륙하여 남서쪽으로 바다 위를 비행할 것이라는 내 예상을 깨고,

비행기는 이륙 후 얼마 안 지나서부터 계속 땅 위를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 때부터 좌석에 비치된 잡지에 붙어있는 지도 쪼가리와 개인 엔터테인먼트 비디오 기기 상의

비행정보를 수시로 대조해 보다, 문득 내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곧 중국 대륙으로 진입하여, 베이징 북쪽을 지나 고비사막 위를

날더니, 몽골의 울란바토르 남쪽 루트를 따라 알타이 산맥 근처를 날아가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알타이 산맥 저 너머로 몽골 고원과 시베리아 평원을 두고, 왼쪽으로는 중국대륙

북부의 천산산맥을 끼고 날면서, 바로 실크로드의 주요 출발지 중의 하나인 우루무치 위를 날아

가는 것이 아닌가 ? 그 날 따라 구름도 별로 시야를 가리지 않는 신기한 날이었다.

 

내가 약 5년전까지 오랫동안 몸 담았던 회사에 파키스탄 현지법인이 있었는데 그 곳 간부 직원들에게

언젠가 내가 자유롭게 여행할 시간과 건강이 있다면 꼭 중국 우루무치에서 출발하여

둔황등을 거치는 실크로드를 경유하여 중국과 파키스탄 북부 힌두쿠시 산맥의 일부를 관통하는

카라코룸 하이웨이를 거쳐 파키스탄쪽으로 입국할테니, 국경까지 마중나와 준다면 너무 반가울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고, 꼭 마중나오겠다던 직원들의 얼굴도 갑자기 떠 오르는 것이었다.

 

사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본 지형들과 지도 및 비행정보 상의 루트들을 다시 세밀히 살펴보니

솔직히 당시만 해도 젊어서 현실을 무시한 객기를 부린 것 같기만 하다.

 

천산산맥 지역을 벗어난 듯 하자마자부터 땅 위의 풍경은 급변하는 것 같았다.

드넓은 카작스탄의 초원 스텝 지역이 오랫동안 펼쳐지더니 큰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를 물 위를

거푸 날아 가는 것이었다. 지도와 대조해 보니 바로 아랄해와 카스피해 위를 통과한 것이었다.

 

곧 지중해가 보이려나 했더니 완전 착각이었다. 결국 지중해는 근처에도 못 가봤다.

카스피해를 지나자마자 갑자기 지형이 매우 험악해지는데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에

걸쳐 있는 바로 그 코카사스 산맥을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곳에서 출발한 인류의 다른 한 무리가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 바람에 오늘날 소위 유럽문명을

바탕으로 한 서구문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니, 그 비행 루트가 정말 오묘하다 하겠다.

 

그리고나서야 드디어 흑해 위를 날던 비행기가 아시아 대륙 쪽 터키 영토 위를 거쳐,유럽과

아시아대륙 사이에 찢겨진 틈처럼 보이는 보스포러스 해협 양쪽에 나래를 편 인구 이천만의

대도시 이스탄불에 내려 앉는 것이었다.

 

내가 이 비행 루트를 자세히 쓴 데에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터키로 향하는데 우리말과 터키어의 공통의 뿌리로 추정되는 알타이 산맥을 지나간다는 점,

과거 마르코 폴로가 몽골에 온 길과는 조금 틀린 길인지 모르겠으나 우루무치를 경유하여

천산산맥의 서쪽 끝을 지나, 동서양 문명이 갈라지게 된 지리적 이유를 제공한 코카사스 산맥

위를 날아, 이스탄불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우리 당구 선수들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선수들과 조우하기 위하여 날아 간 그 길은 너무나도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즉 과거에 서양과 동양이 군사적 경제적 이유로 이 루트를 서로 오가며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전쟁을 벌였는데, 오늘날 이제는 더 이상 뼈를 부수고 살을 가르는무식한 전쟁이 아니라,

2평도 안되는 사방이 막혀 있는 조그만 4각의 테이블 위에서, 무기라 하기엔 빈약한 나무

막대기로 조그만 공 3개를 갖고, 누가 먼저 몇 점울 치는가를 가지고 정신적 육체적 대결을

벌이러 이 먼 길을 가고들 있다는 나 혼자 생각에 빙긋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여행을 다녀온 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저명한 분쟁지역 전문기자가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의미심장한 코멘트가 눈에 띄었는데, 그것이 별 의미없이 떠났던 나의 이스탄불 여행에

그럴듯 한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거대한 이야기가 있는 곳 ....난 그래서 전쟁터에 간다 ! "

 

그렇다면 무언가 거대한 이야기를 답사기에서 펼쳐 놓아야 하는데......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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