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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3 이스탄불 월드컵 참관기 3/3 Billiards Magazine 기고문
작성자 김호수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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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5-02-07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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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63

이스탄불 3쿠션 월드컵 참관기(3)

Written by

김영헌(본지 국제컨설턴트, 전 대한당구연맹 고문)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마르코 자네티와 나는 저녁에 잠시 대회장을 나와 선수 몇 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간단하게 맥주를 즐겼다.

 보스포루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의 멋진 야경을 눈앞에 두고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구로 뭉쳐진 관계여서인지 대부분 당구와 관련된 화제로 대화를 나눴고,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꽤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무엇보다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겪어온 당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왜 당구선수가 되었으며,

어떻게 세계 톱 클래스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당구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후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화 중에 UMB나 각 국가의 당구연맹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갈 때는 좋은 이야기보다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은 참 아쉬웠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목소리가

어느 한두 선수의 불만 토로가 아니라, 여러 선수가 한결같이 제기하고 있는 공통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그런 고질적인 병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

당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

 마땅히 격려를 받아야 할 UMB나 각 국가의 당구연맹이 격려 대신 질타를 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정책이나 행정력을 되짚어보고, 반성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니나다를까

그 당시 대화의 중심에 있었던 터키당구연맹의 회장이 얼마 전 지원금 문제로 터키체육회의 징계를 받으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미 여러 국가의 당구연맹에서 터키와 같은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당구연맹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국가다. 유명한 터키의 어떤 당구선수의 이야기를 듣고서

당구의 전반적인 문제점(물론 당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체육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듯하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도 한국처럼 월드컵을 한 번 개최할 때마다 약 50만달러 정도를 지원받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월드컵을 치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지원금이다. 1등 상금을 충분히 올려줄 수도 있고,

더 성대하고, 더 큰 잔치를 만들 수도 있는 규모다.

 

문제는 이런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선수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에서 지원금을 내놓을 때는 당구와 당구선수들을 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터키당구연맹의 실권자 몇 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평소 성격이 좋고 유하기로 소문난 선수의 입에서까지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곪을 대로 곪아서 터키는 조만간 곧 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상대로 문제는 터졌고 터키 회장이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국가에서 주는 지원금을 마치 자기 능력으로 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것처럼 착각한다. “내 능력으로 받아내는 지원금인데, 선수들이 뭔데 뭐라고 하느냐”는 아주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

 

대회를 치르는 최소 비용을 지출하고 나머지는‘연맹의 1년 사업’

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게 처리를 하다가 적발되면

당사자는 자리를 내놓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당구는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참을 앉아서 여러 선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한국은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도 벌써 일곱 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터키처럼 한 번 대회를 치르는 데 수억 원의 지원금을

해당 지자체에서 받았다. 7년 동안 받은 지원금의 규모가 무려 30여 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당구 역사상 가장 큰 지원을 받은 사업이다.

 

한국에서 열렸던 지난 일곱 번의 월드컵에서 과연 한국은 터키와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정말 투명하게 운영되어 선수들에게 오롯이 그 혜택이 돌아갔을까? 누군가“내가 타온 지원금”

이라며 비공식적인 커미션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일을 범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과연 개인의 힘으로 국가를 상대로 그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구가 있고,

 당구선수가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지,

결코 한두 사람이 잘나서 국가에서 그 많은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가?

 

이야기 중에 베트남의 두옹안푸가 표정이 좋지 않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그도 정부의 지원금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베트남도 그런 문제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베트남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베트남 선수들은 월드컵에 정부 지원을 받아서 나온다고 한다.

베트남당구연맹에 지원되는 지원금이 선수에게 제대로 돌아가는 듯한 뉘앙스였다.

두옹안푸는 지난번 후르가다와 이번 이스탄불 월드컵에서 베트남 선수들 성적이 좋지 않아서

다음 대회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함께 아시아 신흥 캐롬 강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질 만큼 베트남의 캐롬 선수들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베트남이 한국과 함께 세계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면서 세계 캐롬은 그야말로‘군웅할거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치게 아시아의 강세가 나타날 경우 미국의 LPGA와 같은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한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세계 캐롬 시장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베트남의 성장은 우리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콜롬비아 선수를 이끌고 온 한 관계자는 나에게 근래에 한국이 갑작스럽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베트남처럼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지원하거나 어떤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이었다.

당구가 과연 스포츠과학의 테두리 안에 위치하는 것인지조차도 애매하다고 보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사실 그것이 대한당구연맹의 주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당구연맹이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로

승격한 이후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대회를 개최하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본연의 업무보다는 대회 유치와 선수관리 정도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과학적 입지 구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처럼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지원도 1년 동안 대한당구연맹에 지원되는 예산을 감안하면 무척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외국의 관계자들은 한국 선수들이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성장한 것인 줄로 알고 있다. 

 

이번 이스탄불 월드컵을 다녀오면서 여러 세계 당구인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 UMB와 선수 간의 소통, 또 선수와 팬 간의 소통,

그 사이에서 관계자들의 역할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당구가 발전하고, 우리처럼 당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흠뻑 빠지게 되는 마니아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위에 맞는 역할,

역할에 맞는 지위가 주어져야 당구와 관련된 모든 일이 문제 없이 풀려나갈 것이다.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이 균등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자들은 더 노력해야 할 것이고,

선수와 팬, 언론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장할 것이 있다면 정당한 경로를 통해

요구하고, 답변의 의무가 있는 자는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기본과 상식을 무시한 채로 세월을 보낸다면 실로 엄청난 손실을 감당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고칠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개혁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면 더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UMB와 아시아캐롬당구연맹,

 대한당구연맹 등에 개혁과 발전의 두 가지 과제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해 줄 것을 당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하고 싶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당구의 위상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합당한 체제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세계 당구인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다양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수행 과정과 효과를 정당한 방법으로 평가하여 한국 당구가 가진

인프라를 최대한 올바르게 활용할 때 앞서 이야기했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이스탄불 월드컵을 참관하면서 느꼈던 UMB와 세계 당구의 변화,

한국 당구의 숙제에 대한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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