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45·사진) 김치빌리아드 대표이사는 당구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당구용품 사업을 시작했다.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엄선된 고급 제품만을 고집한 덕분에 선수, 동호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졌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당구라는 스포츠의 격을 높이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김 대표가 처음 당구를 접했던 1970년대 후반은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이 법으로 제한되던 때였다. 우연히 접하게 된 당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김 대표는 주인아저씨의 조카인척 당구장을 드나들며 당구를 연마했고 고등학교 시절 당구수(다마수) 1000을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프로 선수들의 당구수가 2000 수준이다.

20대 초중반 4~5년 동안 프로 당구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선수보다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볼링용품 유통업, 요식업, 당구장 운영 등 다양한 아이템에 도전했다. 그러던 중 평소 친분이 있던 전국당구연합회 관계자들로부터 당구용품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김치빌리아드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2007년 매장을 열었다.

국내 당구용품 시장은 현재 수백개에 이르는 영세 재료상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김치빌리아드와 같은 기업이 10곳 정도 있는 상태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김치빌리아드가 유일하다고 한다. 시장 규모는 연 500억~700억원 수준으로 아직 영세하지만 동호회 문화가 정착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김치빌리아드의 주요 사업은 당구용품 개발 및 판매, 당구장 창업 컨설팅, 동호인 지원, 국내 당구선수 후원 등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당구용품 판매 사업으로 관련 매출만 연 10억원에 이른다. 용품 사업은 철저히 품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치빌리아드는 이탈리아 당구용품 회사 롱고니(Longoni)를 포함한 전세계 유명 용품업체 9곳의 국내 유통판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김치빌리아드에서 판매하는 개인용 큐대는 가장 싼 제품이 6만원, 가장 널리 쓰이는 제품이 20만~30만원대, 소장용 제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독자적인 인터넷 판매채널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 가입자는 4600명 안팎이며 오프라인 매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단골 고객은 수백명에 이른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동호인의 제품 구매와 매장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당구장 창업 컨설팅 사업은 까다로운 심사 기준으로 인해 아직 크게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치빌리아드의 컨설팅을 받고 문을 연 당구장은 10여곳에 그치고 있다. 김 대표는 "당구장 사업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 중 진짜 사업성이 있는 경우는 1%도 안된다"며 "돈벌이는 안되더라도 까다로운 심사기준은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당구장들은 하나같이 대박이 났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서서 매장 배치, 인테리어 등 사업 전반을 컨설팅한 사당역 인근 김치당구클럽은 월 매출만 5000만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스스로 골초임을 인정하지만 당구장에서는 금연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온갖 불법행위의 온상으로만 표현돼 온 당구장이 볼링장처럼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적이라는 것.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당구장을 찾고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어야 당구의 위상도 높아지고 세계적인 당구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는 "사업으로 버는 돈 중 상당부분을 당구업계에 후원금으로 지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당구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이름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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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않고 사업을 해나가신다면 날로 번창하실 것이라 믿습니다.